Sprint 7 에세이

AI 네이티브가 되기로 했다

sprint7 2026. 5. 7. 09:16

AI를 잘 쓰고 싶다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졌습니다.

 

AI로 그림을 만들고, 시를 쓰고, 노래까지 만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AI의 생산성뿐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감수성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루를 돌아보면 ‘이게 맞나?’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ChatGPT, Gemini, 그러다 가끔 Claude도 씁니다.

회의록 요약도 맡기고, 문장도 다듬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 앞에서는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저를 만나게 되죠.

 

빈 문서를 열고, 한참 고민하고, 머릿속에서 구조를 만들고, 마지막에 AI를 잠깐 불러서 표현만 정리합니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은 걸까요.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바꾸고 싶었던 건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Google Docs나 Word를 AI 툴로 바꿨다고 해서, 아이패드에 끄적이던 미팅 노트를 AI가 예쁘게 정리해준다고 해서,

우리가 AI를 더 똑똑하게 쓰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Sprint 7은 그 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AI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 AI를 전제로 생각하고 만들고 일하는 사람이 되어보자는 실험입니다. 한마디로 AI 네이티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죠. 하지만 누구나 손가락 하나 튕긴다고 AI 네이티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조금 더 깊게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완성된 전문가가 된 뒤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 자체를 공개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AI를 켜놓는 것과 AI 네이티브는 다르다

처음에는 AI 네이티브라는 말이 조금 거창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각자 작은 앱을 만들고, 막힌 지점을 공유하고, 다시 고쳐보는 과정을 지나면서 이 말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AI 네이티브는 특정 툴을 많이 안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롬프트를 멋지게 쓰는 기술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기본적인 변화에 가까웠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구조를 묻는 것. 막힌 뒤에야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 결과물을 빨리 뽑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재작업이 줄어드는지 보는 것들이 있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상상 속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꺼내놓는 감각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시대에 꽤나 많은 경험의 관성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할 때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카메라 소모임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장 먼저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을 겁니다. 이름을 정하고, 게시판을 나누고, 배너를 고르고, 스킨을 바꿔보다가 어느 순간 멈춥니다.

 

"별점을 달 수 있으면 좋겠는데"
"사진마다 댓글을 달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 모임 분위기에 맞는 화면이면 좋겠는데"

 

그런데 그때부터 막막해집니다. 카페 운영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익숙하지 않은 설정과 기능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결국 처음의 아이디어는 게시판 몇 개를 만든 상태에서 멈춥니다.

 

많이 익숙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AI 네이티브라면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카페를 어떻게 꾸미지?”가 아니라,
“우리 모임에 맞는 작은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 수 없을까?”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별점을 남기고, 사진마다 댓글을 달고, 다음 모임 일정을 정하고, 멤버들에게 공지 메일을 보내는 작은 사이트.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던 일이 이제는 AI와 함께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일이 됩니다.

 

AI 네이티브가 된다는 건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도구 안에서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의 크기를 바꾸는 것.

첫 번째 벽은 기술이 아니었다

AI 네이티브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이제 고정관념을 버리는 연습을 해봅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뭐라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이를테면 가계부 앱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AI로 뭔가를 만들 때 첫 번째 벽이 코딩이나 모델 선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먼저 찾아오는 벽은 더 애매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모르겠다는 감각.

 

툴은 열려 있는데 어디서부터 맡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은 할 수 있는데,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한 생각의 구조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예전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고, AI는 끝부분에만 부릅니다.

 

엑셀로 가계부 초안을 잡습니다. 함수가 필요한데 수식을 몰라서 AI에게 물어봅니다. 템플릿이 마음에 안 들어서 색을 넣고, 중요한 숫자에는 빨간색을 칠합니다. 거의 다 만든 뒤에야 AI에게 말합니다.

 

“이런 가계부를 만들어줘”

 

좋은 도구가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 상태입니다.

 

19세기 말 공장들이 전기를 도입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기존 증기기관 공장처럼 하나의 큰 엔진이 축과 벨트를 돌리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증기기관만 전기 모터로 바꿨을 뿐, 공장 레이아웃과 작업 흐름은 크게 바꾸지 않았던 겁니다. 전기를 도입했지만, 전기가 가능하게 만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이후 개별 기계에 전기 모터를 붙이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공장 배치와 작업 흐름, 생산성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시점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쩌면 19세기 말 산업혁명 언저리에 우리가 놓여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AI라는 새 동력을 얻었지만, 여전히 예전 방식의 축과 벨트에 연결해서 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생각하는 구조를 바꾸게 하고, 이것이 곧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겁니다.

AI를 마지막에 부르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다시 가계부 앱으로 돌아가봅니다.

 

예전 방식이라면 먼저 엑셀을 열고, 표를 만들고, 색을 입히고, 마지막에 AI에게 다듬어달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AI와 처음부터 함께 설계한다면 질문은 달라집니다.

나는 왜 가계부를 만들고 싶은가.
매일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한 달 뒤에 보고 싶은 숫자는 무엇인가.
엑셀로 충분한가, 아니면 앱 형태가 더 나은가.
입력은 최대한 줄이고, 확인은 쉽게 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

 

이 질문을 먼저 던지면 AI는 문장 다듬기 도구가 아니라 설계 파트너가 됩니다.

 

Sprint 7이 보고 싶은 건 바로 이 전환입니다. AI를 마지막에 부르는 습관에서, 처음부터 같이 설계하는 습관으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기록할 것

Sprint 7은 뉴욕 일대에서 모인 직장인들이 함께 시작한 공개 학습 실험입니다. 모두가 AI 전문가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AI 초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AI를 쓰면 실제 업무 시간은 어디서 줄어드는가.
프롬프트보다 먼저 바꿔야 하는 업무 습관은 무엇인가.
Claude Code 같은 도구는 비개발자에게도 일하는 방식을 바꿔줄 수 있는가.
AI 시대에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창업자는 어떤 방식으로 배워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아직 완성된 답은 없습니다.

 

대신 직접 써보고, 만들어보고, 막히고,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매주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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